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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기차의 추억

내 나이 또래라면 누구나 기차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무더운 여름날 통일호에서 사 먹던 계란일 수도 있고, 난생 처음 타본 새마을호의 맛있어 보이는 도시락 혹은 우등열차가 천안부근을 지날 때면 판매원이 외치던 ‘호두과자’ 소리의 기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은 해운대에서 번화가 쪽으로 기차역으로 약 4정거장 떨어진 곳이었다. 낮은 아파트와 주택이 뒤섞인 동네의 저쪽 한켠에서 기차가 다니던 선로가 있었고, 그 선로가 크게 회전을 해서 직전코스에 들어설 때 즈음이면 기차역 “동래역”이 거기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로 기억이 된다. 여름이면 가족이 해운대로 해수욕을 한 번씩 하러 갔는데,,아마도 여름방학기간 동안 딱 1번씩 갔던 것 같다. 그런데 개구장이 국민학생이 바닷가 수영을 하고 싶은게 1년에 딱 1번일 뿐이겠는가.

친구들과 간 적도 있고 혼자 간 적도 있다.

동래역에 가면, 일단 그 큰 문을 열고 역사로 들어가면 왼쪽에는 매표소,,정면에서 개찰구가 있었고 오른쪽에서 대기하는 길다란 나무의자가 놓여있었다. 역사가 크지는 않고,,그냥 일반 주택크기로 느껴졌는데, 나중에 커서 가보지 엄처나게 작은 역사였다.

문을 열고 입구에 들어서서 일단 좌우를 살핀 후에, 왼쪽으로 가서 표를 산다. 목적지는 해운데..요금은 통일호 기준으로 110원? 이었던 것 같다. 돈을 내밀면 딱딱한 분홍색의 마분지에 인쇄가 되어 있는 기차표를 준다. 한 번 만져본 뒤에 주머니에 집에 넣는다.

선로의 플랫폼에 나가서 기차를 기다린다. 기차가 들어오면 신호는 일치감치 파악이 되는데,,선로에서 철이 길게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스윽~~슥~~철~철~

그 소리가 들리고 이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검은색과 주황색을 뒤집어 쓴 기관차가 보이기시작한다.

거대한 쇳덩이 바퀴에 브레이크 패드가 닳는 소리가 날린다 미처 기차가 서기도 전에 길다란 손잡이를 붙잡고 올라탄다 하지만 자리로 가지는 않는다. 자리에 앉지 않는다.

이윽코 느릿느릿 힘겹게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통로의 문에 매달려 바같 바람을 맞으면 간다. 자유를 느낀다. 자유..뭐가 그리 부자유스러워을까? 그 바람이 자유라는 건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도착하면 기차가 미처 서기도 전에 뛰어 내린다. 가끔은 그 뛰어내림의 시기가 너무 빨라 땅에 발이 닿자마자 넘어지기도한다.

휠거머니 펼쳐진 콘크리트 플랫폼 위로 아지랭이가 피어오르고 한여름 햇볕아래 달아오른 철로에서는 한증막의 열기가 피어올라 얼굴을 덮친다. 조금 비릿한 기름냄새도 같이 콧구멍을 덮는다.

해운대역은 고요하다. 특히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엄청 고요하다.여름의 한가운데서는 ..역에서 바닷가로 이어진 길은 장사치들과 사람으로 넘쳐난다. 기억에 어떤 사람이 맥주병을 꺠고..그 병으로 어떤 사람을 찌르려 하던 모습도 생생하다..싸움판이었다.

역앞에 광장이 있고..그 앞의 상점가 혹은 그렇게 말하기도 민망한 거리를 지나면 바닷가가 보이고 이내 발은 모래를 밟는다. 바다다.